어느 날부터인가 밥맛이 변했습니다. 찰지지 않고 윤기도 없는 푸석푸석한 느낌의 밥. 아으~~~ 시러~~~
다들 밥이 맛 없다고 난리입니다. 물 조절이 잘못된 건가? 아님 쌀이 오래되서? 온갖 추측을 해보았으나 모르겠네용...
처음엔 아내가 밥을 잘못한 것인 줄 알았는데 가만히 보니 "삑삑삑 치익~" 하는 소리를 못 들어본 지 꽤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터넷 폭풍 검색을 해 보니 아하!!! 이게 또 압력밥솥의 고질병이군요. 몸통과 뚜껑의 딸랑이를 이어주는 연결선이 단선되는 것이 원인이랍니다. 그렇다면 직접 뜯어봐야죠. 이 무거운 걸 들고 서비스센터까지 가거나 후덜덜한 출장비를 주고 AS 부르는 것 보다 직접 해결해 보는 것이 편할 것 같습니다. 잘 안되면 걍 새로 사는 거고...
저희 집 밥통입니다. 모델명 CRP-HMF1070SB.
2,3년 전쯤 거의 20만원 가까이 주고 산걸로 기억하는데 너무 빨리 고장난 거 아닌가요? 하여간 뜯어 봅시다. 이렇게 임의로 분해하는 것은 제 잘못이 아니라 불량제품을 개발해서 소비자가 직접 수리하고 싶게 만든 제조사 책임입니다 하하.
상판의 손잡이와 뒤쪽 커버를 열고 난 사진입니다. 여기까지는 드라이버만으로 쉽게 분해됩니다.
깨끗이 쓴다고는 했지만 속을 열고 보니 좀 지저분해 보입니다. 평소 사용할 때는 여기까지 청소를 할 수 없으니 어찌할 방법이 없군요. 아직까지는 어디가 문제인지 확인이 되지 않습니다. 좀 더 뜯어야겠습니다.
헌데 이제부터는 만만치 않습니다. 케이스가 요철형태로 결합되는 방식이라 케이스 결합 부위를 1자 드라이버로 잘 벌려서 조금씩 벗겨나가야 하는데 힘과 요령이 좀 필요합니다. 힘드네요...
이렇게 간신히 벗기고 나니 역시...
전선이 끊어진 부분이 확인 되었습니다. 보이시나요?
분홍색 선이 똑 끊어졌네요. 흠.. 겉으로 보이는 디자인은 참 고급스럽고 예쁜데 속은 좀 아쉽네요. 20만원이나 하는 제품에 부품은 이렇게 싸구려 전선을 쓰고 있었구나... 쿠쿠가 앞으로는 이런 작은 부분에서의 품질까지도 잘 챙겨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되기를 바래 봅니다. 겉모습도 중요하지만 제조업의 기본은 품질이지요... 아... 또 잡소리네요^^.
하여간 이제 문제점이 확인 되었으니 고쳐봐야죠?
전선 길이가 여유분 없이 빡빡하게 되어 있어서 연결선을 추가 해야겠습니다. LED등 설치하며 남아 있던 자투리 전선을 조금 잘라서 양쪽으로 연결했습니다. 절연테이프로 감고 다시 스카치테입으로 감았는데, 밥솥의 열 때문에 녹지않을까 조금 염려가 되긴 하지만 더 이상 좋은 방법이 없네요. 일단 있는 것 가지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제 다시 역순으로 조립하면 끝입니다.
잘 되었을까요?
네. 성공했습니다. 증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그런데 사진에는 증기가 잘 안 잡혔네요. ㅎㅎㅎ
드디어 원래의 밥맛을 찾았습니다. 혹시 딸랑이에서 증기 배출이 안되는 고장이 있으신 분들은 집에 남정네가 있으시면 직접 고쳐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조금 힘들긴 하지만 수리비 아껴서 소고기 한 번 사 드세요^^.
결론.
1. 쿠쿠의 내부에 사용한 전선은 잘 끊어지는 싸구려였다.
2. 전자제품 분해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증기 배출 안되는 고장은 수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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