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에서 아름다운 단풍과 뜻깊은 역사를 경험한 후,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아쉬운 시간이라 바로 옆에 위치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으로 향했습니다. 고궁의 고즈넉함과는 180도 다른 강렬한 분위기가 우리를 맞이했는데, 바로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의 주제전 《강령(降靈): 영혼의 기술》 때문이었습니다.
전시 제목 '강령'은 19세기 산업화 시대와 현재 AI 시대에 발생하는 인간 소외와 불안을 영성이라는 주제로 탐구합니다. 하지만 전시장의 분위기는 매우 강렬하고 어두워서, 저에게는 '답답하고 끔찍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미술관 전체가 마치 으스스하고 폐쇄적인 공간처럼 느껴질 정도로 분위기가 압도적이었습니다. 어두운 조명, 기묘하고 불편한 설치물, 그리고 불안을 조성하는 소리들이 뒤섞여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했지만, 솔직히 말해 계속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들이 다루는 주제가 너무 무겁고, 표현 방식이 섬뜩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작품들이 너무 불편하고 압도적이어서, 아름다운 사진을 남기려던 애초의 의도와 달리 카메라를 꺼내 들 생각조차 들지 않더군요. 그만큼 시각적인 기록보다는 감정적인 충격이 컸던 전시였습니다.

전시를 모두 보고 난 후, 아내와 우리가 느낀 솔직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강령》은 우리에게 아름다움이나 즐거움을 주기보다는, 시대의 불안을 날카롭게 마주하게 만드는 경험이었습니다. 때로는 불편함과 답답함을 통해 문제의식을 던지는 것이 예술의 역할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솔직히 전시는 묵직하고 불편했지만, 미술관 내부의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바깥의 미술관 주변 경치와 덕수궁 돌담길의 단풍은 더없이 아름다웠습니다. 강렬한 전시를 보고 난 후, 바깥의 황금빛 가을 풍경을 마주하니 오히려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이번 주말, 아내와 함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참고로 강령은 19세 미만은 관람에 유의하라고 되어 있던거 같으니 참고하세요.
[서울시립미술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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